[개요] 중국경제 성장률 둔화에 대해 필자(리쉰레이(李迅雷))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구조가 불균형적이지만 심한 정도가 아닌 데다 호전되고 있다.

둘째, 중국경제는 통화, 재화, 인구 등 광의적 의미의 유동성 측면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경제 경착륙 또는 침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셋째, 재정위기가 출현하지 않았고 금융위기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향후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첫 번째 위기는 빈부격차 문제, 두 번째 위기는 정부 부채일 가능성이 있다.

(연합포럼•베이징)

1분기 중국경제 성장률은 8.1%에 그쳤고 4월 대다수 경제데이터가 기대를 밑돌아 2분기에 경제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예상이 물거품이 될 듯하다. 2분기 GDP 성장률이 실제로 8%를 밑돈다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중국경제는 1997년, 2003년, 2005년, 2008년에 대내외 위기에 직면했으며 그때마다 “늑대가 온다”는 식의 위기설이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종국에는 모두 기우인 것으로 입증됐다.

이번 경기 하강에 대해 일부 경제학자는 경착륙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중국경제가 붕괴 위험에 이르렀다는 예언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는 위기가 진짜로 찾아왔는가?

◆ 쟁점 1: 중국경제 불균형 정말로 심각한가?

흥미로운 점은 경기 하강 때마다 적잖은 학자들이 중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스태그플레이션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자들도 일종의 의사와 같은 직업인으로, 항상 문제를 짚어내고 경제를 마치 환자 다루듯 나타날 수 있는 증상까지 전부 언급한다. 이렇게 되면 경제 전망이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에서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주문이 감소하고 인건비가 상승하며 부채율이 상승하게 되면 기업주들은 비관적인 정서를 갖게 된다. 이런 현상을 꿰뚫어 본질을 본다면 중국경제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가?

GDP에서 3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차 산업을 약간 밑돌며 1차 산업은 10% 정도를 차지한다. 이는 중국이 농업대국에서 공업대국으로 거듭났고 이제는 공업대국에서 내수지향형 경제로 전환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이런 산업구조에서는 그리 큰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다. 지역구조에서는 동부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중서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 동부와 중서부 지역 간 발전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도농격차에서 농촌 노동력이 꾸준히 도시로 이전하면서 농민소득 수준이 높아져 도농 소득격차도 약간 축소됐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삼두마차에서 수출의존도는 2007년의 37%에서 2011년의 26%로 하락하고 GDP 성장에 대한 순수출의 기여도는 최근 3년간 마이너스 또는 제로에 근접했다.

수출 성장률이 꾸준히 둔화되고 있는데, 이 역시 중국은 이미 완전한 수출지향형 경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투자가 중국경제를 견인한다’는 주장은 실제에 부합되는가?

2005년 이후 중국경제 성장에서 소비는 과소평가되고 투자는 과대평가되었으며 소비가 주도하는 단계에 이미 진입했다(2009년, 2010년은 특별한 사례).

다시 말해 GDP 성장에 대한 최종소비 기여도가 이미 자본 형성을 추월했다.

물론 중국 사회경제 구조에도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그중 최대 문제는 소득구조가 왜곡돼 빈부격차가 심한 것이다.

하지만 이 격차는 적어도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다. 중국 도시인구 중 가장 부유한 10% 인구와 가장 빈곤한 10% 인구의 소득비는 최고 약 24배에서 23배로 하락했다.

그러므로 기업주들은 보편적으로 경영 압력을 느끼는데 경기 하강이라는 단기요인 외에도 인건비 상승, 자본수익률 하락이라는 장기요인도 한몫한다.

◆ 쟁점 2: 광의 유동성은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 가능한가?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 수출 성장모델이 이어지기 어렵다고 한다면 투자 견인형 경제는 중국 부채를 더 부풀려준다. 기존의 방법이 통하지 않고 개혁마저 제때에 따라주지 않는 이 시점에서 경제 퇴보는 어찌보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 중국경제는 여전히 성장단계에 속한다. 예컨대 도시화율이 50%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도시화율이 70% 정도에 달해야 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중국경제는 30여 년 동안 연평균 10%씩 고속성장을 이룩했지만 향후 경제 성장률은 6~8% 수준으로 한 단계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빠른 성장에 속하며 경제 성장동력은 도시화에 따른 높은 유동성이다.

첫째, 광의통화(M2) 증가목표를 14%로 설정했기 때문에 M2는 10% 이상 수준을 유지한다. 즉 외환 유출로 유동성이 감소해도 정부당국은 투자 프로젝트를 늘리는 방식으로 신용대출을 확대하며 통화유동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

둘째, 도시화율 상승에 따른 인구의 높은 유동성은 사회자원과 사회구조의 조정으로 이어지는 한편 사회적 부(富)의 창출을 촉진한다.

셋째, 재화 유동성도 매우 크다. 통화 유동성과 인구 유동성이 버팀목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재화 유동성이 적을 수 없다. 중국은 이미 수년 연속 세계 최대 수출국 자리를 지켜왔고 국내무역도 매우 발달해 있지만 물류비용이 GDP의 18% 정도를 차지해 선진국을 훨씬 웃돈다.

따라서 중국경제가 통화 유동성, 재화 유동성, 인구 유동성 등 광의적인 유동성 측면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경제 경착륙 또는 퇴보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광의 유동성은 실질적으로 경제 변동을 관찰하는 한 측면이며 중국경제의 발전단계는 광의 유동성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초석이다. 중국의 광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다면 경제 퇴보를 우려해야 할 것이다.

◆ 쟁점 3: 재정위기가 없으면 금융위기도 발생하지 않아

적잖은 사람들은 지방 융자플랫폼의 규모에 대해 우려하면서 은행 대손율이 높아지거나 중국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지방 융자플랫폼의 부채는 주로 지방정부의 채무로서 그 실체는 재정문제이지 금융문제가 아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방 융자플랫폼의 부채 규모는 10조 위안 정도이다.

이 숫자가 확실하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률은 도합 40% 정도로서 선진국 수준에 비해 별로 높지 않다. 일례로 미국은 100%를, 일본은 230%를 넘었다.

물론 부채 수준만 평가하는 것은 부족하며 부채구조와 상환능력을 따져봐야 한다. 이를테면 일본정부의 부채율이 높지만 외채 비중이 매우 낮아 순외채는 마이너스(대외 순채권과 비교 시)이다.

상환능력은 경제 성장률이 빠른 국가가 성장률이 느린 국가보다 강하다. 중국은 채무부담률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가 장기간 고속 성장을 유지했기에 성장률이 7~8% 수준으로 하락한다고 해도 선진국을 훨씬 웃돌며 재정수입이 10조 위안 수준에 달해 채무상환능력도 선진국보다 훨씬 강하다.

이 밖에 각국 정부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중국정부는 다른 경제국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권익’을 갖고 있다. 대량의 토지, 광산, 삼림 등 자원 외에도 대량의 국영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예컨대 2011년 말 중앙정부와 4대 은행의 순자산은 14조 8,000억 위안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채무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이를테면 국유지분을 줄이고 토지사용권을 양도하며 새로운 세종을 도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일례로 현재 민간자본이 철도, 전력, 통신 등 분야에 진입하거나 국영기업 재개편에 참여하도록 권장하는 조치는 모두 국유지분을 줄이는 경우에 속한다.

향후 상당히 오랫동안 중국에 재정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따라서 은행 대손율이 대폭 상승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투자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서 신용대출 규모도 작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에 재정위기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므로 금융위기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 쟁점 4: 향후 위기는 어디서 발생할 것인가?

중국경제를 중단기적으로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경제 발전단계에 걸맞지 않게 일부 구조적 문제가 너무 빠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선진국이 되기 전에 고령화가 먼저 나타나는 문제다. 다시 말해 중국에 인구 고령화가 이미 나타났지만 양로금(養老金, 연금)제도가 아직 미흡하며 규모가 너무 작아 국가와 기업의 연금 부채가 너무 많다.

더 심각한 현상은 개인소득/자산의 빈부격차 문제이다. 국가통계국은 2005년부터 지니계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마지막으로 공개한 숫자는 0.465이다. 지니계수가 0.5 또는 0.6을 웃도는 경우 빈부격차 문제는 경제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2009년 이후 저소득층의 소득이 중/고소득층보다 빠르게 제고되었다. 이는 주로 기층 노동력의 공급부족과 연관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동력 수급관계 변화만 갖고 빈부격차를 좁히기는 역부족이다. 소득격차를 근본적으로 좁히려면 1차 소득분배와 재분배제도를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

예컨대 최저임금기준을 인상하고 실업구제와 복지보장, 조세제도를 개혁(개인소득세를 기업이 대신 납부하던 것에서 가정을 단위로 징수, 또 폭리세, 부동산세, 상속세 등 도입)하며 불법소득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등이다.

오래 전부터 소득분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추진이 미흡했으며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개혁방안의 설계가 체계적, 전면적이지 못하다.

둘째, 개혁 추진행보가 상당히 느리다. 그 원인도 두 가지이다.

-소득분배제도 개혁이 여러 이익그룹에 연관된다.
-.개혁이 관리구조 변화에 연관되어 일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막대한 소득격차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사회질서 안정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위기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향후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첫 번째 위기가 빈부격차라고 한다면 두 번째 위기는 미래의 정부채무일 가능성이 있다. 한동안 정부의 채무부담률이 높지 않아 충분히 감당한다고 하지만 정부기능이 장기간 전환되지 않는다면 채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향후 중국 정부채무가 빠르게 증가한다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현 단계 중국 도시화율과 정부 채무율을 결합시켜 국제상황과 비교한다면 중국정부의 채무율이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일본은 1970년에 도시화율이 70%를 넘었을 당시 정부 부채율은 15% 정도에 불과했고 1980년 채무율도 38% 정도로 지금의 중국보다 낮았다. 1990년 영국, 프랑스, 독일 정부의 부채율도 40% 정도에 그쳤으며 당시 이들의 도시화율은 모두 70~80% 구간이었다.

반면에 중국은 1980년 정부 채무율이 거의 제로였다가 지금은 40%를 넘었으나 도시화율은 50% 정도에 그친다. 그러므로 향후 도시화율이 더 제고되면서 중국 채무율은 상응한 발전단계 때의 선진국 부채율을 훨씬 웃돌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머지않아 채무압력에 직면하는 원인은 ?

첫째, 종전의 경제 급성장과 도시화율 급상승 과정에서 사회복지, 사회보장 등 분야의 부채가 너무 많이 쌓였다. 인구 고령화 압력이 불거지면서 해당 부채를 채워넣어야 하는 시간이 점점 임박해 향후 수년간 정부는 이런 지출을 늘려야 하는 압력에 부딪힌다.

둘째,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 성장모델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더 강화되는 추세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현행 행정체제가 바뀌기 어려운 배경에서 지방정부가 투자 프로젝트를 확보하려는 충동이 상당히 크고 이에 반해 합리적인 투자회수율에 대한 고려는 적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 고정자산 투자회수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특히 중서부 지역의 투자회수율이 동부지역보다 훨씬 낮은 점에서 입증된다.

현재 투자형 정부가 서비스형 정부로 전환하는 진전이 뚜렷하지 않으며 법제환경, 시장화 정도, 사회감독 등 분야에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효율적 대안을 아직까지 찾지 못한 듯하다. 이런 요소는 향후 중국정부가 채무수준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여부에 불확실성을 더해준다. 물론 상황에 부딪히면 잘 풀어나갈 수 있겠지만 중국은 개혁을 통해 경제를 위협하는 위기를 하나하나 해소해야 한다.

출처:대외경제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