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이 휴대폰 시장 주도, 자동차도 충격 크지 않아- 지난 2001년 11월 10일자 국내 모 일간지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한 달여 앞둔 중국의 표정을 이렇게 전했다. "늑대가 몰려온다(狼來了). 중국 언론에 최근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WTO 가입을 눈 앞에 둔 중국의 두려움이 배어 있다. 중국 경제는 사실 WTO 가입을 놓고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 그렇지만 늑대와 맞서 직접 싸워야 하는 중국 기업은 입장이 또 다르다.∼"
실제로, 당시 중국 언론들은 WTO 가입 후 몰려올 외국 기업들을 늑대와 같은 두려운 존재로 보았다. 경쟁을 모르고 곱게(?) 자라온 수 많은 국영기업들이 연쇄도산(chain-reaction bankruptcy)하는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영기업들의 줄줄이 도산은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늑대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함께 춤을 추는 상대(與狼共舞.Dances with Wolves)로 변해갔다. 어떤 업종에서는 활개치는 늑대의 모습을 좀 처럼 보기 힘들게 됐다. 몇 몇 업종의 시장 판세를 들여다 보자…
휴대폰 : 4년만에 大역전극
올 1월말 현재 중국의 휴대폰 사용자 수는 2억 7,680만 명에 달했다. 사용자가 해마다 기하급수로 늘고 있고 우리 브랜드도 선전하고 있는 황금시장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를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 휴대폰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999년 5.0%에 불과했으나 불과 4년만인 지난 해 56%로 급상승했다. 중국 정보산업부(信息産業部)에 따르면, 부품도 중국산의 비중이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별로는 닝보버드(波導.BIRD)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상위 5개 기업 중 모토롤라와 노키아를 제외한 3개(1위 닝보버드, 3위 TCL, 5위 캉자) 사가 중국 업체다. 닝보버드는 지난 해 인민일보가 30개 성·시 50만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외국 브랜드를 제치고 당당히 제1위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중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앞으로 단기간내 60%를 훌쩍 넘어설 것이란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수입 車 : 시장은 열려도…
자동차는 중국이 WTO 가입 후 시장 개방의 충격이 어느 업종 못지않게 클 것으로 지적돼왔다.
수입관세율이 2001년 70∼80%에서 해마다 큰 폭으로 낮아져 현재 30%선이다. 지난 해 수입 물량은 17만 2,683대로 2001년보다 10만 대 이상 늘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WTO 양허안에 따른 3년 간의 과도기적 보호시기가 올해 말이면 끝남에 따라 내년부터는 수입쿼터 관리가 사라지게 된다. 2006년 7월 1일부터는 수입관세율도 25%로 뚝 떨어진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업계가 앞으로 외국 기업들에게 밀려 고전할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실제로, 시장에서 팔린 승용차 가운데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2년새 6%에서 5%로 줄었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외국 자동차 업계의 중국내 합작생산 확대에 따라 수입차 수요가 이미 상당 부분 중국산(합작기업산 포함) 쪽으로 흡수됐다고 보고 있다. 부품 조달도 중국내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업계가 자체 브랜드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금융 : 중국계 은행과 금리싸움 버거워
중국이 제출한 WTO 가입 양허안에 포함된 은행업 개방 일정의 골자는 ▷위앤화업무 지역제한 규정 단계적 폐지 ▷중국 기업 및 가계대상 위앤화 영업 단계적 허용 등이다. 외국계 은행에게는 위앤화 영업 자격을 따내는 것이 최대 현안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나, 현지에 진출한 자국 투자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영업해야하는 외국계 은행에게는 당장 눈 앞의 고민이 생겼다. 중국계 은행들의 초저금리 기업대출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저리 공세에 속수무책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와 관련, 상하이에 있는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국계 은행의 경우, 금리는 싸게 주지만 갑작스런 여신회수로 인해 기업이 유동성 압박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며 기업들이 거래은행 선정에 각별히 주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은행 영업하기는 정말 힘들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오는 12월 11일이면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만 3년이 된다. 연말까지 대외무역, 유통, 운송, 금융, 전문서비스 등 폭 넓은 시장개방 조치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시장이 열리는 것과 그 시장이 우리 것이 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중국 경제와 산업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 기업들도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의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