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공장을 둔 미국 제조기업이 중국을 떠날까? 미국 경영컨설팅사 BCG(Boston Consulting Group)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인적자원 비용 상승과 미국의 고효율 우위가 맞물리며 일부 미국 공장이 10년 안에 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제조업이 ‘비용우위’를 상실한 것일까? 중국에 있는 구미 기업들은 미래 중국 투자를 어떻게 전망할까? 또 산업 전환기를 맞은 중국은 이런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보고서: 비용우위 상실, 일부 미국기업 철수할 듯
BCG 보고서는 중국 제조업이 가진 절대적인 비교우위가 10년 안에 신속히 감퇴하고 중국의 임금 상승과 미국의 고효율 및 달러 약세 등 요소가 비용 격차를 크게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제품을 만들어낸 공장의 30%가 5년 안에 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 보고서는 외주공장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미국에 200만~3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업종에는 컴퓨터와 전자제품, 금속제품, 기계제조, 가전제품, 화학섬유/고무, 가구 제조 등이 포함된다.
미국 언론은 수개월째 9% 이상의 고실업률이 지속되는 시점에 이런 관측은 비단 미국에 대한 외부의 신뢰를 자극할 뿐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재산업화’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고 논평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BCG가 이와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를 벌써 3번째 발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6월과 8월 보고서에 비해 이번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비용우위가 ‘거의 사라질 것’이라며 더 분명한 어조를 썼다.
장후이밍(張暉明) 푸단(復旦)대학 기업연구소 소장은 “노동력 비용 상승은 경제 발전에 동반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노동력 비용이 올라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주장은 독단적이고 단순하다”며 “단지 낮은 인건비만을 보고 선진기술을 들이지 않은 기업이라면 철수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BCG 애널리스트는 “또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멕시코 같은 인적자원 비용이 매우 낮은 국가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옌성(張燕生)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기업의 해외 진출은 현지의 저렴한 인건비 때문인 경우도 있고 현지의 소비 잠재력 때문인 경우도 있는데, 상술한 국가 또는 지역은 중국에 비해 노동력 비용과 소비 잠재력 우위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비용 이외의 요인으로 미국으로 돌아가는 회사도 열거했는데 직접 취재해보니 이들 기업이 철수하는 진짜 원인은 자체 경쟁력 약화와 제품의 글로벌 산업사슬 퇴출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투신취안(屠新泉)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는 “미국이 산업화율과 자동화 수준이 높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 대규모 확대가 어렵다. 따라서 BCG 보고서에서의 논리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옌성 연구원은 “보고서를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데 미국은 글로벌화를 주도할 때 종종 여론, 컨설팅, 관점에 의지한다”며 “미국 제조업 공동화를 막고자 여론환경을 조성해 기업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조사: 외자, 중국 비교우위 외면하기 어려워
‘메이드 인 차이나’의 영화는 여전할까? 본보가 취재한 유럽과 미국의 주중상공회의소와 기업은 외자기업의 중국 철수는 개별적인 현상으로 중국시장에 대해 장기적 낙관적 확신이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테드 딘(Ted Dean)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신화시점(新華視點)’과의 인터뷰에서 “상공회의소의 다수 미국기업은 중국에 뿌리 내리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83%의 기업이 2011년 대중국 투자를 늘릴 계획이고 61% 기업의 전략적 목표가 중국에서 생산, 조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중 EU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은 EU 기업이 점점 중요시하는 투자지”라고 말했다. 상공회의소 조사에서 회원기업의 59%가 중국에 장기 투자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투신취안 교수는 “중국 제조업의 전반적인 비용우위는 아직 뚜렷하다. 대선에 대비해야 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임금을 낮춰 국민에게 원성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 제조업 비용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시장의 매력이 변함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수많은 외국기업이 중국시장 투자를 계획하는 이유가 저렴한 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규모와 안정적이고 좋은 경제 전망에 착안했기 때문이다.
세계 2위 소비재 제조업체 유니레버(Unilever)가 지난 4월 톈진(天津)의 800묘(畝, 1묘=666㎡) 부지에 세계적인 친환경생산기지를 설립했다. 앨런 조프(Alan Jope) 중화권 주석은 “날로 성장하는 중국의 인적자원 우위와 시장규모가 ‘新 엔진’이다. 향후 5년 안에 중국사업을 5배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자기업 책임자들이 보기에 중국이 WTO 가입 이후 육성한 성숙한 산업사슬과 전문기술을 갖춘 숙련된 근로자 등 자원은 다른 신흥경제국가가 갖추지 못한 우위다.
화남지역 미국상공회의소의 할리 세예딘(Harley Seyedin) 회장은 “중국 제조업은 인건비 우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산업사슬과 전문기술인력도 갖추었다. 이러한 우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한 외자기업은 중국 동남 연해 등 산업사슬이 성숙한 지역이 여전히 최우선 투자지로 여겼다. 광둥(廣東)성 대외무역경제합작청 데이터에 따르면, 2011년 1~8월 광둥성의 실제이용외자는 변함없이 두자릿수 성장을 유지했다. 그중에서도 제조업 실제이용외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87억 달러를 넘었다.
일부 외국기업 상공회의소는 글로벌화가 윈윈효과를 가져왔다며 세계 무역의 적극적인 참여자인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중요한 투자국으로 성장해 저소득 경제체의 중요한 자금 및 기술 원천으로 자리 잡았다.
경고: 공동화 방지, 자국 제조업 업그레이드
옌성 연구원은 “많은 외자기업이 중국 제조업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지만 중국 인건비 우위가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향후 5~8년 안에 중국은 산업사슬 하단에서 중상단으로, 저가 경쟁에서 차별화 경쟁으로의 전환을 완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잠재 리스크가 중국 제조업의 전환 업그레이드를 강요하고 있다. 제조업은 오랫동안 중국 국제무역의 ‘중견역량’ 가운데 하나였다. 만일 기업이 자금을 빼고 심지어 제조업 종사를 포기하면 ‘공동화’ 리스크가 초래되는데 이것이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최근 수면으로 떠오른 민간대출 문제가 제조업 ‘공동화’에 경종을 울렸다. 전통 제조업은 이윤이 적고 경쟁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최근 원저우(溫州) 등지에서 이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제조기업주들이 실업을 내팽개치고 민간대출에 투자하는 일이 벌어졌다.
저더원(周德文) 원저우중소기업촉진회(溫州 中小企業促進會) 회장은 “이런 현상은 기업의 ‘구시대적 모델’과 유관하다. 산업사슬 최하단의 노동집약형 기업은 성장 잠재력이 결여되어 있어 리스크를 만나면 저항할 힘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질병’에 장옌성 연구원이 내린 ‘처방’은 정부가 제조기업에 장려정책을 펴고 혁신 전환을 장려하는 차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며 시장의 세/요금, 요소가격의 시장화 개혁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그는 “어떤 세/요금은 정부보다 기업에 맡기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투신취안 교수는 “중국은 아직도 글로벌 하청산업 말단이기 때문에 외부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기업은 자체적인 연구개발과 생산, 브랜드 육성 방향으로 발전하여 핵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중국 제조업의 기존 우위를 어떻게 확장해나가야 할까? 동∙중∙서부 산업이전을 착실하게 추진하고 미개발 또는 저개발 지역의 인적자원과 지리자원 등 우위를 충분히 이용해야 한다.
산업이전은 지역 상황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기반시설이 양호한 동부연해지역은 선진기술을 중점적으로 유치하여 첨단산업사슬 수준을 높이고 중서부지역은 일부 산업사슬의 자원집약형 부문을 유치하여 우위자원을 상호 보완하고 충분히 개발하는 한편 ‘기업 유치는 중시하고 접목은 경시하는’ 풍토를 경계해야 한다.
류쉐빈(劉學斌) 중국국제해운컨테이너그룹(中國國際海運集裝箱集團, CIMC) 부사장은 “만일 중국기업이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면 중국은 ‘꿈의 세계공장’에 근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출처: 2011-10-13, 신화망(新華網)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