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금융 美, TPP 발판으로 아시아 복귀…전문가 “中, 조건부 가입해야”

2011-11-14
국제금융보(國際金融報)

● 인도: 가입하지 않는다고 선포

● 한국: 소극적

● 일본: 끊이지 않는 논란

● 회원국들: 기대에 못 미치는 혜택

“알로하!” 가벼운 하와이 인사말과 함께 APEC 제19차 정상회의(비공식회의)가 정식으로 막을 열었다.

현지시간 11월 12일 저녁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는 ‘알로하 정신(열정적/호의적, 우호 협력, 공동으로 난관 극복)’으로 각국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만찬회를 열고 APEC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을 초대했다. 여기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 아시아 각국 신중하게 대응

원래 TPP는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4개국이 2005년에 APEC을 바탕으로 체결한 소규모 다자무역협정이다. 2009년 싱가포르 APEC 회의에서 미국이 TPP 협상에 참여한다고 발표하면서 TPP가 한때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후 미국은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잇달아 가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21개 APEC 회원국 중 9개국이 TPP 회원국이다. IMF 데이터에서 2010년 TPP 회원국 GDP 총액은 무려 16조 9,000억 달러로 세계 GDP 총액의 27.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독려로 한국, 일본, 캐나다, 필리핀, 태국, 파키스탄 등 국가들도 TPP 가입 의향을 밝히긴 했지만 그리 순탄하지는 않다.

2010년 10월 당시 간 나오토 일본 수상은 일본도 TPP 협상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1년 넘도록 국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된 원인은 일본 사회가 농산물시장 개방 등 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TPP 규정에 따르면 일본이 TPP에 가입할 경우 10개 회원국을 상대로 수입관세를 철폐해야 하며 그렇게 되면 일본은 480억 달러 규모의 농업시장을 한층 더 개방해야 한다. 일본 농민들은 일본의 전통농업이 저렴한 농산물 수입품에 대체될까 불안에 떨고 있다. 일본 국회의원들도 TPP는 농업은 물론 임업과 어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쳐 전반 국민 생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미 TPP에 가입한 회원국들도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뉴질랜드의 세 번째 유제품 수출국으로 부상, 뉴질랜드가 미국에 수출한 유제품이 7억 1,100만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자유무역의 기여도를 반영하는 세부 데이터는 나와 있지 않다. 반면에 공신력 있는 데이터에서 호주의 대미 수출액이 2008년의 179억 호주달러에서 지난해의 145억 호주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미국만이 이익을 볼 뿐 소국들은 혜택을 보기가 어렵다.

◆ 전략적 의도, 일자리 확대 목적 압도

하지만 미국이 가장 가입을 원하는 국가는 역시 세계 2, 3대 경제체인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선진국이 제정한 무역규정을 지키게 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막는 동시에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의도이다.

데이터에서 TPP가 널리 보급되면 미국이 2015년 동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규모가 2009년보다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쑨리젠(孫立堅) 푸단(復旦)대학 경제학원 부원장과 양훙시(楊鴻璽) 당대세계연구중심 연구원은 “미국이 1년 넘게 추진한 TPP는 WTO 규정의 업그레이드 버전일 뿐이고 그 ‘전략적 의미’는 ‘일자리 창출’ 목적을 압도하며 미국 등 선진 경제체가 아태시장에 진입해 자국에 더 유리한 게임 룰을 만드는 발판”이라고 평가했다.

쑨리젠 부원장은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의 TPP 가입을 적극 요청하는데, 그 전략적 의도가 너무 뚜렷하다. 미국인들도 아시아 소비시장이 한정되어 미국 일자리 문제에 별로 도움이 안 됨을 알고 있다. 미국의 최종 목적은 무역을 통해 아시아로 복귀하려는 전략적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 때문에 TPP 가입에 소극적인가? 한미 양국 간에 무역협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TPP 가입은 한국으로선 손해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도가 가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 역시 미국이 만든 게임의 법칙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쑨리젠 부원장은 “일본의 경우 미일 안보조약이 있기 때문에 TPP 가입은 일본의 농업과 의료기계에 타격을 줄 수 있고 경제적 이익도 극히 제한적이다. 반면에 정치적인 전략적 의미에서 미국과 함께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효과가 수반된다. 이는 일본 농민들과 정부가 TPP 가입에 대해 입장이 완전히 다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TPP를 계기로 수년 뒤에 아태지역의 개도국들이 완전하지 않은 금융시장을 더 개방하도록 압박하고 아울러 지식재산권 보호를 빌미로 마음대로 배상을 요구하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이코노미스트 리커(李克) 일본대학 종신교수는 “TPP는 순수한 FTI(자유무역협정) 개념일 뿐만 아니라 회원국 간의 시장/금융 관리감독에 관한 경쟁정책도 커버해 경제 입법, 경제 투명도, 부패방지, 금융 개선, 제품표준 통일 등 일련의 요구와 규정을 아우른다. 이런 요소들은 미국의 수출 나아가 아태지역 회원국들에 대한 영향력과 통제력을 모두 크게 촉진한다”고 진단했다.

◆ 경제무역에 의지하기 보다 차라리 내실 강화에 힘써야

쑨리젠 부원장은 “중국은 조건부로 TPP에 가입해야 한다”며 “미국식 규정은 신흥경제체에 불리하므로 중국은 아시아 경제협력에 적합한 게임 룰을 전제조건으로 TPP에 가입하거나 시기를 기다렸다가 더 좋은 다자간 경제협력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이 아태시장에 진입하려면 반드시 ‘성의’를 보여 기술수출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훙시 연구원은 “미국의 몰락을 쉽게 논해선 안 된다. 미국 국내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몰락’은 일종 위기의식 혹은 추세적 경향이다. 실업률을 제외하고 미국은 몰락할 기미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GDP는 여전히 세계 1위이고 2010년 미국 GDP 규모는 12조 달러로 중국, 일본, 독일 3개국 합계와 맞먹으며 1인당 평균소득은 5만 달러에 육박한다. 또한 미국은 자원매장이 풍부하고 종류가 다양하다. 석탄매장은 세계 1위이고 전력생산량, 전력소비량은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철도 운행거리는 총 23만km, 항공운송규모는 905만 대로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양훙시 연구원은 “2011년 미국은 중국이 거액 자금을 동원해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길 간절히 바라는 동시에 중국 주변의 황해,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도 움직임이 잦았다”며 “미국과 협력해야 하지만 때로는 투쟁도 필요하다. 아태협력, 동아시아 경제협력, 아세안 10+3 등 각종 다자간 지역협력은 경제무역을 견인하는 수단일 뿐이므로 이에 너무 높은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국내실정에 입각해 내실을 잘 다져야 하며 국가 개혁, 사회 형평, 법치를 추진하고 민생을 보장/개선하며 발전 고도화를 이루는 등 많은 중요한 조치를 통해 지역의 다자간 경제무역협력의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2011-11-14, 국제금융보(國際金融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