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식품안전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냉동만두 사건이후 식품수출검사를 대폭 강화한데 이어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전인대(全人大.전국인민대표대회)에선 “식품안전법(초안)” 수정 문제가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깐깐해진 수출 검사 기간 배에 비용도 껑충

칭다오(靑島)와 따리앤(大連)시는 지난달부터 대일 수출식품에 대해 검역조치를 강화했다.

검사 항목에 잔류농약과 미생물이 추가되면서 통상 1주일이던 검역기간이 2주일로 늘었다. 수출업체가 부담하는 검역비용도 건당150~300달러씩 올랐다.

수출단가가 낮은 제품의 특성 때문에 비용과 절차상의 문제가 곧바로 수출중단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1백여 개의 일본 식품기업들이 몰려있는 따리앤의 경우, 검역국의 하루 검사물량이 컨테이너 5개분에 불과해 생산을 중단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피해를 입고 있는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계 투자기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상하이와 인접한 쟝수(江蘇)성에서도 확인됐다. 이곳에선 식품수출업체에게 필수인 위생허가증의 신규 취득도 어려운 상황이다.

KOTRA가 중국현지 무역관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지난달 15일 열린 국가 식품수출안전회의 이후 중앙정부가 각 지방에 냉동식품 검역규정의 엄격한 집행을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검역 강화조치가 일본계 기업만을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한국기업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식품업체의 숫자가 일본보다 적은데다 냉동식품 수출보다는 라면, 과자류 등의 중국내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식품첨가제를 생산하는 대기업 A사는 관계자는 “전량 중국 내수판매를 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생산 냉동식품 전량을 일본 등 해외로 수출한다면 한국계 기업도 검역기간 지체와 비용 상승이란 어려움을 비켜갈 수 없다.

따리앤 소재 한국계 식품회사 B사는 지난달 16일 선적 예정이었던 김치를 이달 1일에야 선적했다.

쟝쑤(江蘇)성에 진출한 C사 관계자는 “1주일이면 족했던 검역기간

이 2주일로 늘었다”며 “종래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생산 중에도 검사검역을 실시했으나 2월 중순이후엔 ‘원칙’대로 생산 완료 후 검역을 실시하는 바람에 납기일 지키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한편 쟝수성 리앤윈강(連雲港) 검역국은 최근 기존 ISO9001 식품업체들에게ISO2 2000을 새로 취득할 것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어 업계의 적절한 대응이 요청된다. I SO22000은 세계 공통 식품안전인증규격으로 ISO9001에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을 추가한 것이다.

 

▶산동성 식품안전성 특별조치 돌입

이런 가운데 산동(山東)성 검역국은 3월부터 10월까지 ‘2008년 식품 농산품 품질안전특별조치’에 들어갔다.

이 조치는 한국 일본, 미국, EU, 홍콩으로 수출되는 가공식품, 신선야채, 수산품, 조미품, 땅콩, 통조림 등 위험도가 높은 식품군에 대해 검사검역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산동성의 이 같은 조치는 이 지역이 위생상태가 취약한 중소 식품업체가 많은 곳인데다 베이징올림픽 수상종목이 열리는 곳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 확보는 수입자와 소비자로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생산업체에게는 비용 상승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지 진출 기업들은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식품안전법”

우리 기업 입장에서 수출검사 강화보다 더 신경을 써야할 부분은 심의가 진행 중인 “식품안전법”이다.

지난 4일 전인대(全人大.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장에서 쟝언주(姜恩柱) 대변인이 “식품안전을 위한 일련의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후 지난해 10월 1차 심의된 식품안전법(초안)의 수정 문제가 초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초안은 식품의 생산․유통․판매 절차에 걸친 품질안전 관리제도 확립,식품안전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 검사검역, 라벨링 등에 걸쳐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식품 생산업자와 수출업자는 의무적으로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에 등록해야 한다. 수출식품은 반드시 적법한 검역절차를 거쳐야 하며 수입국의 표준에 벗어난 식품을 수출한 경우 수출가격의 최고 20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된다.

식품안전법(초안)은 이번 전인대 심의 과정에서 법안 내용이 보다 강화되고 시행시기도 예상보다 앞당겨 연내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수출식품 검사검역 합격률이 99% 이상이라고 수차례 밝혔음에도 최근 냉동만두 사건으로 자존심이 상한데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8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대표적인 식품회사인 항저우(杭州) 와하하(娃哈哈) 그룹 종칭허우(宗慶后) 회장이 전인대 위원 자격으로 식품안전법수정 요청안을 내놓았다.

종 위원의 수정안은 상품 바코드를 통한 품질 추적조사, 정부 품질관리부처 정비, 상설 법률해석기관 설치와 식품관련 국가표준 제정, 중소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이 그 핵심이다.

종 위원의 위상을 감안할 때 그가 내놓은 수정안은 앞으로 전인대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식품안전법의 통과와 시행은 물론, 그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식품안전법”은 기본법이기 때문에 일단 통과되면 식품 종류별로 수많은 국가표준이 뒤따르고 검사검역 관련 표준도 새로 정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료원: KOTRA 칭다오 무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