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과 유사한 규모의 초국적 기업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기업의 보안조직 전문성과 기업에 대한 기여도는 초국적 기업들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이것은 보안예산의 규모, 업무권한, 전문성 그리고 기업에서의 경영자와 구성원의 보안인식도 모두 해당된다.

 

어떤 국가나 조직이건 보안수준의 결정은 구성원의 보안에 대한 인식이며 습관이다. 따라서 기업의 문화와 구성원의 인식이 없으면 그만큼 보안업무의 전문성도 없고 권한이나 기여도도 없다. 그러나 오늘날 어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초국적 기업에도 보안조직에서 오직 기술유출만을 전담으로 취급하는 부서는 없으며, 다양한 보안리스크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가운데 기술유출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어떠한 핵심적인 산업기술이라도 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의 하나이지 오직 하나의 보안목표로써 다루어진다 하여도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류사를 통하여 발명한 수많은 도구는 우리의 삶에 편리성을 제공하기도 하나 이러한 편리성의 이면에는 불안정성에 대한 담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국가 정책으로 정보기술(IT)산업을 육성한 결과 정보기술의 편리함에 도취해 살아가지만 이에 상응하는 안전대책이 없는 대부분 문명의 이기는 확률론적인 파국에 대한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매출과 성장은 기업경쟁력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기업의 수명은 치명적인 리스크나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며 세계화된 지금의 국제경제 환경의 변화는 위기관리에 미흡한 조직의 설 자리를 점점 좁히고 있다.

 

그러나 산업보안업무를 기술유출방지에만 중점을 둘 경우에는 정보기술(IT)보호나 온라인에 대한 보안대책이 산업보안업무에서 유일한 대응책인 것처럼 보이며, 온라인보호나 정보관리가 사업보안대책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시적인 사고가 우리나라 산업기술보호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라는 인식은 없다. 오늘날 보안의 글로벌 트렌드는 물리적 보안과 기술적 보안의 컨버전스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융합, 관리하는가 이며, 조직의 보안관리는 경영관리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도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영자가 기술유출과 같은 보안활동에 대해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얼마만큼의 위협요소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구체화한 데이터를 제시하여야 경영자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전문적인 보안진단을 바탕으로 한 기업체의 리스크 관리 수준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내부 인에 의한 임기응변 식의 비전문적인 대응책은 결코 조직의 약점과 외부위협요소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9/11테러 이후에 초국적 기업에서 일반화된 CSO 제도나 보안조직에 일상적인 내부조사권한을 부여하고 운영하는 우리나라 기업은 없다. 단순히 사업장에 수없이 설치된 CCTV와 네트워크 보안시스템, 다중 출입통제시스템 그리고 보안서약서가 가시적인 보안수준을 제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허가된 출입자인 종업원이나 관계자가에게는 오히려 좋은 은폐장소로써 활용될 뿐이다. 여기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보안기능을 기업 전체적인 시각에서 평가하고, 반드시 실무자의 전문성이 해당 조직이나 기업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고찰되어야 한다.